‘적폐청산’··· 기회주의와의 결별?

그 이후의 이 나라를 상상하다

이덕기 칼럼 | 최종편집 2017.10.01 13:02:01
  • 메일
  • 프린트
  • 작게
  • 크게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구글플러스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
  • 네이버블로그 공유


이 덕 기 / 자유기고가

‘개똥철학’··· “대수롭지 아니한 생각을 철학인 듯 내세우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

이 글도 그 ‘철학’에 기초한 넋두리쯤이 될 듯하다.

+    +    +    +    +    +

이 나라에서 ‘장미 대선(大選)’이 끝난 후부터 달콤하고 쌉쌀하면서도 아련한 어린 시절의 짝사랑을 연상케 하는 최대의 화두(話頭)가 바로 ‘적폐청산’(積弊淸算)이란다. 물론 인구(人口)에 널리회자(膾炙)되고 있다.

‘1948년 8월 15일 건국된’ 이 나라의 역정을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명쾌하게 정의(定義)하신 그 ‘변호인’의 역대급 명언이 가장 큰 배경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 ’기회주의‘(機會主義)가 켜켜로 쌓여 이른바 ‘적폐’(積弊)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反)기회주의야말로 ‘적폐청산’의 요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레닌(Lenin)이 자신의 사회주의 이론에서 일탈한 여러 정파의 견해를 비판하는데 ‘기회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유(類)의 심오한 사실(史實)들은 항문이 짧은 필자는 잘 모른다.

그저 인터넷 사전에 나오는 뜻을 그대로 옮기면, “일관된 입장을 지니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정세에 따라 이로운 쪽으로 행동하는 경향”이라고 되어 있다.

더불어서 ‘정의’의 사전적 의미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한다.

그 속에는 ‘올곧다’와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고 들었다.

‘기회주의’를 논하면서, 사전에 명시된 ‘일관된 입장’이란 대체로 이 땅과 이 나라와 이 사회에 과거로부터 계속돼 온 운명이나 숙명, 또는 섭리와 순리와 전통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너무 나간 걸까. ‘개똥철학’이니 그쯤이라고 해 두자.

따라서 ‘기회주의’란 그때그때의 정세, 즉 시류에 따라 숙명과 운명을 거부·극복했다던가, 섭리와 순리와 전통을 거스르는 일들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이런 측면을 감안하면, 이 나라에서 가장 원초적인 ‘적폐’는 이 나라 건국 아니겠는가. 대륙에 빌붙어 살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지정학적 ‘숙명’을 거부하고, 동서 냉전(冷戰)의 시류에 편승하여 해양세력과 손을 잡았다. 나중에는 그 세력의 대표선수인 양키나라와 군사동맹까지 맺게 된다.

건국을 주도한 노인네는 자신이 양반의 후손이라는 근본을 잊은 채 대륙의 공·맹자님을 비롯한 성현(聖賢)들과 숱한 군주들이 주창·실천한 봉건의 질서를 개무시하고, 그 양반네들이 천박하게 여기던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를 나라의 근간으로 삼았다. 이 거사(擧事)야말로 ‘기회주의’의 진수(眞髓)라고 할 만하다.

이에 반해, 북녘에서는 일관되게 수 천 년 계속된 봉건의 질서를 더욱 공고히 했다. 대륙의 모범을 그대로 이어받아서 말이다.

아마 이 나라 ‘건국의 날’이 잘못 됐다고 아우성하는 이유가 이런저런 사정 때문이지 싶다.

그 이후에 이 나라에서는 잠시 ‘정의’가 반짝했다. 그 ‘정의’의 본질이야 올곧은 부패와 무능이었다. 그리고는 이에 반발로 또 다시 ‘기회주의가 득세’한다.

당시 이 나라 ‘양반의 후예’들이나 이른바 ‘지식인’들 눈에는 ‘무식(無識)·무도(無道)’하게 비친 ‘근본 없는 군바리’가 나서서 그 무슨 혁명이란 걸 저질렀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개똥철학의 관점에서는 ‘일관된 입장’을 뒤집어엎으면 그게 바로 ‘기회주의’고 ‘적폐’가 된다. 혁명은 그 완결판이다.

그러하니 ‘건국 혁명’이 그렇고 ‘오 쩜 일육 혁명’도 ‘적폐’일 뿐이다. 그러면 ‘촛불 혁명’도? 무슨 소리? 그야 기본이 틀린다. ‘적폐’가 될 수 없다. 왜냐고? “그건 내가, 우리가 했으니까!”

‘적폐’를 규정하는 모든 기준이 이 평범한 진리(?)에 입각한다는 건 이미 이 나라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근본 없는 군바리’가 5천년을 쭉 이어온 가난을 떨치겠다고 나섰다. 이로써 ‘기회주의’의 연속극이 십 수 년 간 펼쳐진다.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서열과 신분이 아직도 뚜렷한 이 땅에서 난데없이 공돌이와 장사꾼이 행세할 수 있게끔 “능률과 실질을 숭상하고...”라니 어이가 상실됐다. 

더군다나 반만년을 이어 내려온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갑자기 새벽종을 울려 대서 온 동네가 시끄럽게 됐다. 나지막한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다정스레 모여 있건만 그 마을에 ‘새’자를 붙였다? 이거야 말로 발칙한 ‘기회주의’다.

거기다가 원시미(原始美)가 가득한 ‘금수강산’ 곳곳에 아스콘과 시멘트를 처바르면서, 한줌도 안 되는 부자들이 자가용을 타고 유람 다니기 편하라고 ‘고속도로’라는 걸 만들었다. 이것 역시 청산되어야 할 ‘적폐’가 아닌가. 갈아엎어야 마땅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또 그 이후 어찌어찌 하여 드디어 “기회주의가 패배하고 ‘정의’가 득세한 역사”가 나타났다. 그 10년 동안 ‘적폐’는 전혀 없었고, ‘완벽한 정의’만이 이 나라에 넘쳐났다고들 한다. 오늘에 와서도 그 시절을 잊지 못하는 열정이 “적폐청산”의 메아리를 만들었다.


10년이 지나자 시류에 편승한 기회주의, 즉 ‘적폐’는 다시 이어진다. 이번에는 ‘노가다 십장’이 나서서 그 출신에 걸 맞는 ‘적폐’를 쌓았다. ‘중도실용’(重盜失勇)이라는 멋진 구호와 함께...

몇 십 년 동안 이 나라를 상징해 온 서울 한 복판 판잣집의 전통과 구릿한 하수구 냄새가 서려있는 개천을 뒤엎어 버렸다. 그것도 이른바 ‘대권’(大權)을 노리고... 이야말로 기회주의의 정상급이다.

그리고는 그것 덕에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면서, 저절로 잘 흐르는 강물에도 손을 댔다. 장마나 태풍의 철에 비가 많이 내려서 강물이 넘치는 건 자연의 ‘섭리’ 아닌가. 이 ‘섭리’를 막아야겠다고 나섰다. 강가와 강물 중간에다가 둑을 쌓질 않나, 물길을 마구 파헤치질 않나.

그 개천을 전통과 냄새로 복원하는 일과 여러 강들의 둑을 허물고 물길에다가 다시 모래를 붓는 일이 ‘적폐청산’의 성(聖)스런 과제가 되어버렸다. 늦기 전에 해야 한다. 내년 봄 그 무슨 ‘가뭄’ 타령이 나오기 전에...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의 11월 ‘물이라 불린 사나이’께서 “대한민국 어디에도 어떤 형태로든 핵무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등장한 ‘대도무문’(大盜無門)께서는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는 없다”며 양키군대가 북녘의 핵 시설을 타격하겠다는 걸
분연히 막았다.

그 이후에 ‘완벽한 정의’를 실현하신 ‘슨상님’과 ‘변호인’께서는 북녘의 핵무기 개발·완비를 일관되게 옹호·지원·변호해 주셨다. 물론 ‘노가다 십장’께서도 천안함의 아픔을 겪고, 연평도에 대포알이 떨어지는 와중에 북녘의 세습독재자를 만나보려고 애를 무진 썼다. 그런데...


‘기회주의’를 철저히 배제하고 일관되게 북녘 바라기만을 하셨던 대북(對北) ‘정의파’들에 이은, ‘근본 없는 군바리’의 따님께서는 마침내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북녘은 계속 남녘의 뺨을 갈기고 남녘은 더 때리라고 계속 다른 뺨을 내미는 것을 상호 이해·수용해 온’ 남북관계의 일관된 ‘원칙’과 ‘전통’과 ‘순리’를 어기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시류에 영합하고 만 것이다.

북녘에서 그까짓 핵 실험 몇 차례 했다고 손바닥 뒤집듯이 ‘개성공단 폐쇄’라는 돌아오기 힘든 ‘적폐’에 다다르고 말았다.

작금의 ‘적폐청산’은 이렇듯 ‘기회주의’로 점철된 이 나라 역사의 결과물들을 바로 잡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들 한다. 결코 ‘정치보복’이 아니라는 소리가 높다고. 이런 가운데에서도...

이 나라에서 기회주의와는 무관하게 숙명·운명과 전통으로 꾸준히 이어 내려온, 그리고 현재도 이 나라를 버티는 큰 저력(底力)이 되고 있는 올곧은 ‘정의’가 있다. ‘적폐’의 여지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외적(外敵)이 이 나라를 넘봐도, 때로는 실제로 침략을 하고 있음에도 기회주의를 배제한다. 백성 또는 국민들의 삶이 팍팍하고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극에 달해도 초연하다. 오로지 ‘일관된 입장’만을 고수 할 뿐, 달라진 게 없다. 기회주의가 발 디딜 틈이 없다.

이 땅에서 ‘정치’ 하신다는 양반네들은 자신의 입신과 인기와 권력만을 위해 수미일관(首尾一貫) 물고 뜯으며 치열하게 다퉈왔다. 수백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다. “백성과 국민을 위하여”를 짖어대면서...

드디어 ‘적폐청산’의 그 거대한 막이 올랐고, 본 무대가 펼쳐질 모냥이다. 앞으로 ‘기회주의’가 일소되어, 일관되고 시퍼렇게 물든 올곧은 ‘정의’만이 덩그렇게 남을 이 나라의 앞날을 내다보자. 상상·예측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게다.

“대한민국 만세(漫世)! 말세(末世)!! 만말세(漫末世)!!!”


<더  끼>

    관련 키워드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 청소년에 유해한 댓글 과 광고/반복게재 된 댓글은 작성을 금지합니다. 위반된 게시물은 통보없이 삭제됩니다.
주간 핫 클릭
정치
사회
연예
글로벌
북한
주소 : (100-120)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5가 120 단암빌딩 3층 뉴데일리(주) | 등록번호: 서울 아00115 | 등록일: 2005년 11월 9일 | 발행인: 인보길 · 편집인: 이진광
대표전화: 02-6919-7000 | 팩스: 02-702-2079 | 편집국: 02-6919-7053,7030 | 광고국: 02-6919-7008
Copyright ⓒ Newdaily All rights reserved.